-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했을때인간사용설명서 2020. 8. 14. 01:47
그와 함께보낸 생일 앨범의 다음장을 장식할 때
사진이 차곡차곡 쌓이면
훗날엔 기쁜기억만 남게 된다누군가와 연애를 하게 되면
그 끝은 이별이나 결혼이 된다.
결혼은 연애의 끝이 아니라 연장선이 된다.
그 끝은 이혼이나 사별이 된다.
어쨌거나 이별은 다가온다는 거다.
확률상 어린 나이의 연애일수록
이별할 확률이 높다.
나이가 들고나서 결혼 적령기의 연애는
결혼에 골인하기 쉽다.
나의 첫 연애는 꽤나 지독했다.
아, 내가 말하는 첫연애는
정말 첫 번째 연애가 아니라
내 마음으로 정한 첫 연애이다.
그만큼 찐하고 사랑했던 첫 연애.
처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스무 살의 신촌 나이트에서였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홍대에서
삐끼에게 걸려들어 승합차에 태워져
밤 9시에 텅 빈 나이트에 들어가게 되었고
친구들과 나는 가방을 빼앗긴 채
어느 노래방 같은 룸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땐 막 스무 살이 된 나이여서
그 일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모른 채
공짜로 안주와 무려 양주를 주며 (싸구려 양주)
노래방까지 무한 공짜라니 스무 살 꼬마들이
얼마나 신났을지 상상이 되는가.
두 시간 정도 놀다가 11시쯤 이제 집에 가야 한다고
웨이터로 보이는 사람에게 가방을 달라고 하니
1시에 가방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울며 사정을 말하며 제발 가방을 달라고 하였더니
우리에게 준 양주와 노래방 룸 비용이 얼만지 아냐고
겁을 줬었다.
하는 수없이 친구들과 나는 꼼짝없이 나이트에 갇히고 말았다.
나와 친구들은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상관없었지만
한 친구는 부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웨이터는 단호했다 대신 한 가지 묘책을 알려주었다.
다른 친구 한 명을 데리고오면 맞트레이드 방식으로
한명을 나가게 해 주겠다는 거였다.
외박이 자유로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하여
신촌 나이트와 맞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12시가 되니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했다.
한 웨이터가 우리가 있던 노래방 기계가 있던 룸에서
나가라고 하였다. 졸지에 공간까지 빼앗기게 된 거였다.
그 대신 조그마한 테이블을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긴 추억이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무섭고 모든 게 낯설었다.
웨이터들도 무섭고 그중에 여자 웨이터가 있어서
그분에게 한탄을 하고 찡찡거렸다.
그 여자 웨이터의 이름은 참이슬이었다.
이슬이 언니가 자기만 믿으라며
룸에만 넣어줄 테니 시간을 끌다가 1시가 되면
나가게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이슬이 언니만을 믿고 이곳저곳 끌려가게 되었다.
갓 스무 살인 나는 드라마에서만 보던 상황이
내 눈앞에 펼쳐져서 너무 신기하였다.
정말로 남자 웨이터가 여자들의 팔목을 낚아채
질질 끌고 갔었고 여자들은 싫어하는척하면서 다들 들어가는 것이다.
너무나 드라마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여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들 20대였고 30대가 거의 없었다.
신촌 대학가의 나이트였기에 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슬이 언니가 내 친구들과 나를 데리고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나의 첫사랑을 만났다.
누군가 첫사랑 얘기를 해달라고 하면 참으로 쑥스럽다.
거긴 20대 중반의 대학생 오빠들이 있었고
학교 동기였다.
스무 살 나에겐 20대 중반의 그는 너무나 나이가 많아 보였다.
무려 여섯 살 차이었으니깐.
같이 노래도 부르고 술도 먹고
우리의 사정을 말하니
같이 가방을 받아주겠다고 오빠들이 말했다.
덕분에 가방을 무사히 받을 수 있었고
함께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하여
같이 삼겹살도 먹고 기분 좋게 헤어지게 되었다.
그 후에 그 오빠는 자신의 학교에 나를 초대했고
학교를 구경하며 도강도 하였다.
정치외교학과의 전공 강의였는데
학생들 모두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로 필기를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우리 스무 살들은 그냥 공책에다가 손으로 필기를 했었거든.
그와 그렇게 나이가 많은 복학생 오빠와 연애를 1년간 하고
결국엔 헤어지게 되었다.
헤어진 결정적 계기는 그 오빠의 바람 때문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첫 연애이기 때문에
모든 게 서툴렀던 게 이유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는 사건들이
몇몇 있었다.
너무 내가 직진으로 돌진만 하였다.
잠시 쉬기도 하고 우회 전도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렀다.
아무튼 1년간의 길고 긴 연애 끝에 우리는 이별을 맞게 되었고
나는 헤어지기 싫어서 그 남자의 집에도 찾아가고
계속해서 연락도 하고 그랬다.
지금은 돈 주고 하라고 해도 못할 짓을 한 것이다.
연애 조언 글을 읽으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전화로 매달리기, 답장 없는 문자 계속하기, 집 앞으로 찾아가기.
나는 저 세 개를 다했었다.
그런데, 나는 예상치 못한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에게
연애상담을 할 때 꼭 하는 말이 있다.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해."
그냥 하고싶은거 다해야 한다.
참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참아지는 것도 아니다.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라고 한다.
그래서 잡히는 경우도 있고
잡히지 않는 경우는 미련 없이 보내주게 된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안 돌아올 사람인 것이다.
정말 내가 싫거나,
새로운 여인이 생긴 거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거나.
할 수 있는 거 다해보자.
안되면 선물공세라도.
돈으로라도 환심을 사보는 거다.
그런 걸로 다시 돌아올 사람이라면
어차피 오래가지 못하고 내가 싫어지게 된다.
어차피 후회하고 앓아누울꺼라면
해볼 수 있는 거 차라리 다해보는 걸 추천한다.
손으로 광 광문(사과문)도 써보고,
전화도 해보고 내 번호로 안 받으면 공중전화로,
친구폰으로 전화도 해보고,
메일 주소로도 보내보고 집 앞으로 무작정 찾아가고
그래도 다시 사귀어주지 않는다면
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그만하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조그맣게라도 자존심이 있기 마련이니깐.
미련 없이 쿨하게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봐도 소용이 없을 때.
사랑에 여자 남자가 어디 있나.
여자 남자 그런 거 없다. 여자라도 남자의 집 앞까지
찾아가 밤새서 기다릴 수 있는 거다,.
옛날 말이지만 '사랑은 쟁취하는 거니깐."
그렇게 쟁취한 사랑은 값질 것이다.
쟁취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로 인해서 얻는 것은 있을 거다.
여러 가지 얻을 거다. 경험도 되고.
이별은 누구나 힘들다.
10대, 20대의 절절한 사랑만 힘든 게 아니다.
30대, 40대는 쿨한 사랑을 할 것 같지만
여전히 마음만은 소녀, 소년이지 않는가.
절대 쿨하지 못하다, 똑같이 아프고 괴롭다.
연애에는 답이 없다.
이별에도 답이 없다.
인터넷의 연애 조언 글이 참고할만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사랑하자.
이별도 내 방식대로 하자.
나와 똑같은 인간은 이 세계에
단 한 명도 없으니까.
'인간사용설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증환자로 세상을 살아간다는것은 (0) 2020.08.14 당신의 성공을 축하합니다. (0) 2020.08.14 누구나 비밀은 있다 비밀에 대하여 대처해야될 자세 (0) 2020.08.13 친구가 키우던 강아지나 고양이가 죽었을때 (1) 2020.08.12 인간사용설명서 (0) 2020.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