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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애석하게도 나는 계속해서 사랑받고 싶다.조울증-양극성장애 2021. 8. 29. 06:06
제목을 지독하게도라고 썼다가 애석하게도라고 고쳐 썼다. 나는 조울증을 진단받기 전에 우울증 그리고 경계성 인격장애를 먼저 진단받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역시 조울증인 상태였던 거 같다. 그때는 나의 지독한 흑역사이므로 마음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눈을 질끈 감게 된다. 그때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나는 사랑받는 것에 미쳐있었다. 아마도 깊은 나의 마음속에서는 정신적인 사랑을 갈구하였으나 육체적 사랑이든 물질적 사랑이든 정신적 사랑이든 뭐든지 아무 사랑이라도 받고 싶은 욕망이 컸다. 그래서 동시에 세명을 만나다가 걸리기도 했고 상대방에게 물질적인 무언가를 받아야만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고 여겼다. 세명을 동시에 만났던 건 나의 인생에서 유일무이 했던 일로서 그중 두 명은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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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낭만이 단 한톨도 남아있지 않은 밤조울증-양극성장애 2021. 8. 26. 03:19
나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버릇이 있다. 나의 모든 것들을 낭만화 시킨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그토록 괴로웠던 상황, 날 괴롭게 만들었던 대상들을 아주 아름다운 상황과 사람으로 기억을 재정립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은 '망각'이라고 했던가. 날 너무나도 괴롭힌 부모,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부모.. 어디가 아프다는 소식에 눈물 콧물을 빼며 내 장기를 당장 떼어가라고 외쳐댔다. 10대 때 부모가 날 시골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켜서 나의 꿈과 정신을 완벽히 파괴시켰던 그날. 그날이 나는 그리워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던, 그저 약만 꼬박꼬박 잘 먹으면 칭찬받을 수 있었던. 내 또래는 한 명도 없었지만 그나마 젊은 편이던 30살 언니가 산책시간에 주던 라일락 담배. 그 담배 맛이 그리워 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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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오늘 새벽의 외로움이 좋아조울증-양극성장애 2021. 8. 17. 06:22
처음에야 약을 먹으면 내 몸안에는 차갑게 피가 식어가고 손발이 저릿저릿해져 괴로워 입안으로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음식들을 마구잡이로 쑤셔 넣으며 고통을 잊기위해 발가락을 쭈욱 폈다가 오므리기를 반복하며 어느새 잠에 스르르 든다. 그럴 때면 잠에 드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약을 어느정도 먹고 나면 내 몸도 독한 약에 적응을 하여 약을 먹어도 언제 먹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똘망똘망 밤을 새우게 된다. 자야지,, 자야지,,, 생각이 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잠에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달을 바라보면 어느 날은 발갛게 물들어있는 달이 슬퍼 보였고 어느 날은 소스라치게 파란 달이 너무나 무섭게 느껴졌다. 가느다란 우리 할머니의 손톱 같은 초승달을 볼 때면 나와 같은 처지인 거 같아서 눈물이 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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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과연 내가 연애를 할수있을까조울증-양극성장애 2021. 8. 16. 06:04
내가 조울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난 후 내 인생에서 소소한 재미를 주던 연애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항상 재미만 주지는 않았지만, 조울증 판정을 받고 약을 먹고 있을 때 내가 약을 먹는다는 사실을 멍청한 남자 친구는 자신의 친누나에게 전해주었다. 남자 친구의 친누나의 직업은 의사였었다. 그날 이후부터 친누나는 남자 친구에게 나와 헤어지라는 연락을 계속하였다. 남자 친구의 폰을 볼 때마다 나와 언제 헤어질 거냐고 물어보는 누나의 질문을 볼 때면 나는 남자 친구의 누나도 남자 친구도 아닌 나 자신이 가장 싫어졌다. 싫어지는것 보다는 내가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졌다. 무언가 감춰줄수 없는 감춰질수도 없는 큰 약점을 가진 사람같았다. 그 감정 앞에서 마주설때면 내가 너무 아팠다. 싸울 때 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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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선배와 졸피뎀조울증-양극성장애 2021. 8. 10. 05:57
20대 초반, 수면제를 먹고 자려고 원룸 방에 누웠는데 갑자기 도저히 이 밤을 단순하게 잠만 자며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 밤이 너무나 소중하고 이 시간이 너무나 아깝게 여겨졌다. 갑자기 새벽에 집을 뛰쳐나와 내가 좋아하는 선배가 사는 동네로 무작정 택시를 잡아 타고 갔다. 택시 안에서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으음... 응? 미모야 이 새벽에 무슨 일이야.' '선배 어디예요, 선배 동네로 가고 있어요. 나와주세요.' 선배는 몇 분간 고민을 하더니 이 새벽에 찾아오는 거면 무언가 큰일이 있는 거겠지 하고 생각이 든건지 뭔지 나를 만나러 나오겠다고 자신의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 선배 집 앞에 도착했다. 나는 졸피뎀 기운에 이미 비몽사몽한 상태였다. 선배를 보는 순간 나는 달려가서 선배의 품에 안겼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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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배움의 욕구가 식욕만큼 강해지다조울증-양극성장애 2021. 7. 31. 04:52
25살 어느날, 귀찮은 대화는 없이 원하는 약만 빠르게 지어다 주는 걸로 유명한 강남 모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어느 날 갑자기 대화를 시도하셨다. 아마도 내가 병원에 내원할 때마다 여기저기 붕대를 감고, 실밥을 떼지도 못한 채 벌겋게 부어있는 눈과 얼굴을 하고선 병원을 드나들었으니...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내가 조울증인걸 그지경이 되어서야 깨달은 의사가 밉다. '미모씨 조울증인 거 같아요.' 나의 대답은 '아, 그런가요.' 였다. 대수롭지 않게 새로 추가된 약봉지들을 들고 집에 왔다. 집에와서 새 약봉지를 힐끔봤는데 색깔이 아주 알록달록했다. 분홍색을 좋아라하는데 높은 채도의 분홍색 알약들이 새로 추가되어있어서 기분이 은근히 좋았었다. 하늘색, 분홍색, 노란색 모습이 이뻐보여 사진도 찍었다. 밤에 약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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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비트코인조울증-양극성장애 2021. 7. 2. 05:43
2018년도에 비트코인을 밤새우며 하다가 엄청난 하락장에 모든 돈을 거의 잃게 되었다. 2021년에 다시 비트코인붐이 불길래 돈도 없는 와중에 배달음식비용이라도 벌어볼 심산으로 비트코인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시작하게된건 조증 때문이다. 그 당시 인터넷에서는 '내가 얼마를 벌었다.'라며 수익률을 인증하는 게 유행이었다. 가만히 있는 나는 수익률 인증샷을 보면은 돈을 잃은 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뒤 처지고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돈도 잃은듯한 강한 허탈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백수 생활을 오래 했기에 가진 목돈도 없었기에 시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조급한 마음에 대출에 손을 대고야 말았다. 대학원생 신분을 이용하여 생활비 대출을 받은 것이다. 대출받은 150만원과 가족에게 온갖 핑계를 대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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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파괴왕조울증-양극성장애 2021. 6. 29. 23:59
나는 평소에도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하다. 정말 작은 스트레스도 못 견뎌하는데 예를 들면 외출하기전 이어폰을 찾아서 당장 나가야 하는데 이어폰을 찾으러 온 방을 뒤지다가 그래도 찾지못하면 내 손에 집힌 모든 걸 던져버린다. 그러면 갑자기 모든것이 평온해지면서 만족한 얼굴로 집을 나선다. 이어폰을 못 찾았는데도. 스무 살 때는 남자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고 친구들과 놀 때 너무 부들부들 화가나서 폰을 아스팔트에 수차례 던져서 결국 부순 적이 있고. 어느 날은 노트북을 던져서 부수기도 했다. 삼성 노트북은 꽤 튼튼해서 한두 번 던져도 부서지지는 않았다. 결국 세차게 한번 세 번째 던지고 나서야 노트북 액정이 부서지고 말았다. 완벽히 부서졌어야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내 온몸을 휘감고 있던 스트레스 호르몬이 마법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