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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애석하게도 나는 계속해서 사랑받고 싶다.
    조울증-양극성장애 2021. 8. 29. 06:06

    제목을 지독하게도라고 썼다가 애석하게도라고 고쳐 썼다.

    나는 조울증을 진단받기 전에 우울증 그리고 경계성 인격장애를 먼저 진단받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역시 조울증인 상태였던 거 같다.

     

    그때는 나의 지독한 흑역사이므로 마음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눈을 질끈 감게 된다.

    그때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나는 사랑받는 것에 미쳐있었다.

     

    아마도 깊은 나의 마음속에서는 정신적인 사랑을 갈구하였으나

    육체적 사랑이든 물질적 사랑이든 정신적 사랑이든 뭐든지 아무 사랑이라도 받고 싶은 욕망이 컸다.

     

    그래서 동시에 세명을 만나다가 걸리기도 했고

    상대방에게 물질적인 무언가를 받아야만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고 여겼다.

     

    세명을 동시에 만났던 건 나의 인생에서 유일무이 했던 일로서

    그중 두 명은 서로 친하게 지냈던 형과 동생 사이였다.

    처음에는 둘과 동시에 썸을 타게 되었는데

    한 명이 고백을 하여 사귀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나머지 한명이 고백을 했다.

    물론 내가 둘 다 여지를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그 형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함께 앉아있다가

    동생이 그 순간 들어왔었다. 나는 그날의 가슴 떨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제발 아무 말도 없길... 하고 있었는데 그 형이란 작자가 먼저

    동생에게 '내 여자 친구이야. 인사해. 둘이 아는 사이지?'라고 말을 해버렸다.

    그 순간 0.1초 동안 잠시 일그러지던 동생의 표정.

    그리고 나에게 모르는 사람인양 인사를 했었다.

    어젯밤에 나의 자취방에서 자고 갔던 사람이.

     

    엄청난 긴장감과 가슴이 두근두근 내 귀까지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던 순간

    그의 잠시 동안 일그러지는 표정을 보는 순간 내 가슴속에서 묘한 쾌감이 밀려왔다.

    '아 내가 이겼다.'

     

    누군가와 헤어진다면 나는 내가 상처를 주고 헤어지는 게 나의 마음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래야만 한다고 강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전의 숱한 연애들 속에서 항상 나는 차이는 편이었다.

    차이고 난 후의 나의 삶은 항상 망가지고는 했었다.

    학고를 받을 만큼, 자살시도를 할 만큼 그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건강하게 회복하기에는 내 정신과 마음이 너무나도 약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너무 사랑하지는 말자.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자.

     

    방어기제가 잘못 작동하게 된 걸까.

    나는 그저 사랑받고 싶을 뿐인데 이제는 사랑받는 게 무서워졌다.

    어차피 한국에서의 연애의 끝은 결혼 아니면 이별뿐인데

    나와 결혼을 하고 싶은 미친 인간은 없을 것이며

    그 모든 연애의 끝은 결국 이별일 텐데

    그 이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고 아파오는데

    어떻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겠는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랑을 받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나도 사랑을 주고 싶고 미칠 듯이 커다란 사랑을 받고 싶다.

    보살핌 당하고 싶다. 챙김을 받고 싶다.

    가족 간의 사랑보다 비교할 수 없는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사랑을 받고 싶다.

    나의 취향을 공부하며 즐거워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아픈 것이 자신이 아픈 것보다 배로 아파할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의 치명적인 단점을 매력으로 봐줄 눈이 멀어버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자는 동안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지 걱정하며 확인해줄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자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유도 없이 왈칵 눈물이 쏟아내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먹는 것만 봐도 자신의 배가 부를만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새벽에 급하게 생리대나 담배가 필요할 때면 아무런 귀찮음을 느끼지 못하고 당장 달려 나갈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죽으면 가슴이 아파와 폐인이 되고 10년 동안은 연애도 못하고 눈물만 흘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스스로도 혐오하는 인간이 성경에도 있지 않을 법한 이런 완벽을 넘어서 멍청하고 바보로 느껴질 정도의 사람이 과연 있을까.

    참 슬퍼지는데 누군가 나를 저렇게 사랑해줄 사람은 없어도...

    나는 누군가를 저렇게 사랑한다.

    글을 쓰면서 내가 받고 싶은 이상적인 사랑을 쓰면서 점점 슬퍼졌다.

    한때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 보였던 모습들이어서.

     

     잠을 곤히 자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숨소리가 없어서 가슴이 철렁하고 조심스레 코에 손을 대어보았던 적도,

    그냥 그 사람이 아이같이 새근새근 자는 모습만 바라봐도 이유 없이 눈물이 계속 났던 적도 있었다.

    그가 사고 싶어 하던 백팩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알바를 시작했던 적도

    그의 취미를 나도 함께 하고 싶어서 나는 전혀 관심도 없던 분야를 공부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들이 귀찮지도, 싫증 나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행복했었다.

     

    이쯤 되니깐 이젠 억울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그런 사랑을 베풀었는데 왜 나는 그만한 사랑을 받지 못했는지.

    동화 속 영화 속에서는 그런 사랑이 분명히 존재하던데

    왜 나는 그런 사랑의 반의 반도 받지 못하는지 말이다.

     

    나는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통기한이 매우 짧아 사랑이라고 말하기보다는 호르몬 변화라고 부르는 편이 훨씬 적합할 거라고.

     

    그래서 차라리 눈에 바로 보여서 확인할 수 있는 물질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에 집착했다.

    내가 선물을 받으면 그 사람은 나를 진짜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나의 몸을 강렬하게 원하면 그 사람은 나를 진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 몸과 마음을 망가뜨려갔다.

    그런 가짜 사랑을 받기 위해서.

     

    육체적인 사랑의 끝은 비참했었고,

    물질적인 사랑의 끝은 날 굴욕적이게 만들었다.

     

    육체적인 사랑의 끝은 나에게 성병 바이러스를 선물하고 면역력을 망가트렸고

    물질적인 사랑의 끝은 항상 줬던 것을 다시 다 가져가 버렸다.

     

    정신적으로 완벽한 사랑의 끝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배신감과 나의 끝없는 자기혐오 그리고 큰 우울감을 주겠지.

     

     

    이쯤 되면 사랑을 왜 하나 몰라.

    길게 보면 아니 짧은 시간이더라도 좋은 점이 하나도 없잖아.

    그런데 왜 우리는 연애를 하고 심지어 결혼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 그렇게 사랑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나는

    왜 이렇게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건지

     

     

    이제는 사랑에 통달하여 나는 상처 받지 않는 사랑만 똑똑하게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방이 카톡을 씹은 것에 대해 하루 종일 신경 쓰여하고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는 걸 보면

    아직도 나는 정신을 못 차렸나 보다. 언제쯤 정신 차리게 될까.

    사랑이라는 건 내 인생에 하등 필요 없는 나에게 해만 끼치는 그런 존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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